[톨비밀레]사소한 것에서 너를 느꼈어
여명 22-11-21 14:39 21

G21 이후 나름 복잡한 심정의 밀레시안. 

 

***

 

 휴식을 가질 겸 오랜만에 들른 티르 코네일의 농경지를 보며 그리움을 느꼈다. 밀가루를 만들고 싶어 처음으로 이 세상에서 밀을 수확해 적은 골드를 내고 풍차를 돌려 원하는 걸 얻었던 기억도 겸사겸사 떠올라 그때의 추억이나 다시 체험해볼까 싶어 제 인벤토리에서 낫을 꺼냈다.

 

 허리를 숙여 잘 영글어진 밀을 베려는 순간, 문득 제 눈앞에 있는 낟알보다 그득한 밀밭의 전체적인 모습에 잠시 잊고 있었던 누군가가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그를 잊을 수 있는 거지. 제 등에 커다란 검을 쑤셔 박은 이를. 잘 익은 밀의 황금빛을 담아둔,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인상 깊었던 이를. 밀레시안은 결국 꺼냈던 낫을 다시 넣는 수 밖에 없었다.

 

 

 

 ㅡ 있지, 톨비쉬.

 

 나는 너희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특별하기도 했어.

 

 다 같이 해변가에 둘러앉아 식사를 했던 기억도, 선지자를 쫓아 대적하던 일도, 낚시하는 너도, 카즈윈과 네가 외나무다리에서 싸우던 일도. 아, 그때는 사이좋게 너네 둘 때리느라 힘들긴 했다.

 

 있지, 톨비쉬. 너는 내 걱정을 해주면서도 등에 잘도 대검을 꽂아버리더라. 네게도, 많은 이유가 있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 해. 하지만 어쩌다가 네가 조금은 밉다고 해야 하나... 가끔은 서먹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 가끔은 통증이 환각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

 

 그런데 더 슬픈 건, 한가지는 그렇게 내게 강한 기억을 남겨놓고 내가 널 잠시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이렇게 황금처럼 빛나는 밀밭을 보니 금방 네 생각이 났다는 것. 나에겐 그렇게 긴 만남도 아니었는데 네 존재는 상상 이상으로 내 안에서 엄청 커다랗게 자라버렸어.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고,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다는 말도.

 괴로움에 빠져 내가 나를 포기할 것만 같았던 때, 나를 구해주던 모습도.

 방식은 과격해도 네 나름대로 나를 저지하려던 모습도.

 

 모든 게 크게 자라버렸어.

 

 있지, 톨비쉬.

 갑작스럽지만 네가 보고 싶어.

 

 햇빛에 아름답게 빛나는 밀밭을 눈에 담아두었더니 네가 조금은 그리워졌어. 네가 사랑스러워졌어.

 그러니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다는 말, 지금도 유효하다고 해줘.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arrow_up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