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버그대학교 썰 01
여명 22-11-08 23:55 30
1

 신의 사랑을 받은 인간은 인생이 순탄치 않다고들 한다. 사제들이 떠들던 소리에 카즈키는 그 말을 듣곤 흐응- 소리를 냈지만 내심 신경이 쓰였는지 미간에 어렴풋한 일그러짐이 드러났다. 카즈키 시온, 여성보다 더 아름다운 남성. 코토게의 말로는 '신의 장난'일 정도로 타고난 수려한 외모로 인해 숱한 고생을 겪으며 살았다.

 여장이 기막힐 정도로 자연스러운 탓에, 자신의 형님인 노다로부터 원치 않아도 여장 히트맨의 삶을 살아야했으며 좋아하지 않는 이들을 유혹해야 했다. 규격이 정해진 자신의 임무 탓인지, 카즈키는 유독 자유를 동경했다.

 스나가 히사야라는 남자는, 카즈키에게 있어서 자신이 바라던 자유의 이상 그 자체였다. 얽메인 자신과 다르게 그는 새장을 벗어나 창공을 가로질러 날아오르는 새처럼 멋졌다. 언제나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새.

 카즈키는 그런 새 -스나가 히사야-를 사랑하게 되었다.

 다만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스나가는 여성 한정 호색한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노골적인 시선, 감정을 표출해도 그에게는 아무것도 닿지 않는 느낌이라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스나가는 오히려 카즈키를 조금 어색해 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여장을 하고 있을 때는 잘 나오던 말도 더듬거릴 정도다.

 자신의 형님인 스나가에게 애정 -정확히는 성애-를 품고 있는 건 아무래도 좋았다. 하지만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핑퐁조차 할 수 없는 짝사랑. 그렇다고 강요할 수도 없는 것도 감정이다.

 그날 밤도 복잡한 감정을 껴안은 채 달력을 보던 카즈키는, 마침 스나가의 생일까지 곧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부랴부랴 선물과 함께 꽃집으로 달려가 몇 송이 꽃을 묶은 작은 꽃다발을 준비했다.

 아모우구미는 생일인 형님들에게 가볍게 축하의 말만 해도 충분하나 카즈키는 자신이 동경하는 스나가에게 말로만 축하하고 싶지 않았다. 스나가가 생일을 맞이한 아침, 사무실로 나오자 사제들은 그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작은 폭죽을 터뜨렸다.

 호쾌하게 그가 오늘의 별점 운세는 1위~ 축하를 받을 수록 스릴이 증가! 라며 신난듯 몸을 으쓱였다.그런 와중 카즈키는 자연스럽게 꽃다발과 함께 골드와 바이올렛 그라데이션으로 이루어진 포장지에 싸인 작은 선물상자를 내밀었다.

 "오, 오, 카즈키쿤... 생일 선물? 고고고고고 고마워. 꽃도 예쁘네~"

 "네, 스나가 형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스나가가 당황하면서도 선물상자를 열자, 송곳니 모양의 작은 뱃지와 누가봐도 가격이 좀 나가보일 법한 금색 브로치가 가지런히 담겨있었다.마음에 들었는지 스나가는 뱃지와 브로치를 집어 이리저리 바라본다.

 "카즈키쿤~ 센스 있네~"
 "과찬의 말씀입니다."
 "꽃도 특이하게 초록색인걸 카즈키쿤, 그런데 이건 무슨 꽃?"
 "아, 퐁퐁국화입니다. 스나가 형님하면 역시 초록색이 먼저 떠오르니까요."자신만만하게 좋아하는 스나가의 모습과 동시에 저편에서 축하하던 하야미는 꽃 이름을 들은 순간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는 코토게에게 말을 건넨다.

 "저, 코토게 형님. 저 꽃 말인데요..."
 "국화인게 신경 쓰이는 거냐 하야미?"
 "아뇨... 그, 어디서 들은 건데 초록색 퐁퐁국화의 꽃말이..."

 이내 하야미가 코토게에게 귓속말을 속삭이자 조금 놀란듯 그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가 평소처럼 돌아온다.

 "아... 그런가."
'당신을 사랑한다. 라고 합니다.' 코토게는 문득 노다가 자신에게 말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 카즈키는 스나가를 동경한다.

2

 그날 카즈키의 꿈에 스나가가 함박웃음을 짓는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카즈키, 자유를 원하나?"

 질문 하나가 자신을 꿰뚫는다.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간절하듯 답한다. 네, 원해요. 원합니다. 스나가 형님 같이 자유로운 극도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할 수 있는 자유도...

 갈 곳 잃은 사랑이 한없이 익어간다.
 제때 수확하지 못해 썩어들어가는 열매처럼.

3

 스나가 히사야는 여성을 밝힌다.
 하룻밤의 유희에서 고문까지 가라지 않는 호색한.

 그런 그에게도 최근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겼다. 카즈키의 여장 모습이 아닌 카즈키 그 자체로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 것은 사무소에 카즈키와 둘이서 남아있었을 때,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날이었다.

 평소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겠으나, 그날 만큼은 자신을 보는 카즈키의 눈빛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낀 스나가였다.

 여태까지 자신을 보던 눈빛이 진지함과 동경이 담긴 빛나는 눈이라면 그날의 눈빛은
어딘가 애타듯, 초조함이 담긴 망설이는 눈이었다.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를 안았을 때의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카, 카, 카즈키쿤. 요즘 고민거리 같은 거 없어?"

 "... 아, 스나가 형님. 특별히 고민은 없습니다만."

 "그, 그래? 엄연히 나도 카즈키쿤의 형님이고 말이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나가 형님."

 카즈키가 기쁜듯 눈웃음을 짓자, 아까전과 다르게 그의 눈에서 애달픔 대신 순수한 환희를 느낀 스나가였다.

4

 어느날 이치죠 코메이의 꿈속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흐릿하게 번진 모습이었지만 말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자신이 죽인 아모우구미의 키타오카 류타였다. 한쪽 눈이 없어 움푹 패인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키타오카가 희미하게 웃는다.

 그 웃음이 소름 돋을 정도로서늘해 이치죠 코메이는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벗어나질 못했다.

 "아직 살아있군 이치죠."
 "키타오카... 분명 네녀석은 죽었을 텐데."
 "그래, 난 죽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나?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네 말대로라면 여기는 지옥이라는 거군."
 "안타깝지만 지옥은 아니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모습이 바람에 휘날리는 잿더미처럼 사라졌다. 잠에서 깨자마자 보인 것은 자신을 걱정하다 잠든 사제들의 모습이었다.

 '참... 병원이었지.'

 아무래도 이치죠는 죽는 날까지 원치 않아도 키타오카의 망령에게 시달리며 살겠다는 생각과 함께 다친 제 몸을 감쌌다.

5

 이치키타 썰 짧게 풀은 것 정리.
 키타오카 눈깔 없는 자리 핥는 이치죠.

 분명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텐데도 이치죠가 핥은 순간 환상통이 느껴져서 키타오카는 으윽 신음을 내뱉고 도망치려 하지만 이미 이치죠가 잡고 있어서 쉬이 못 빠져나가는 상태이다.

 그런 발버둥 치는 키타오카의 손목을 힘주어 잡은 이치죠, "키타오카 류타, 네놈은 이런 맛이었나?" 하면서 이미 안구가 없어 함몰된 자리부터 입술까지 거칠게 핥는다.

 이치죠가 핥으면 핥을수록 특히 눈가 부분은 심하게 아려와서 신음이 거세지자

 "내가 닿은 자리가 그리 자극적이었나? 아니면 내가 네 빛 한쪽을 뺏어서 그리고 억울하고 분하나?" 라고 물어보는 이치죠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그 모습에 키타오카는 더욱 분해져 발로 차려고 한다.

 하지만 이치죠와 키타오카의 실력차가 있기에 힘으로도 짓누르기가 가능한 상태일 것이다. 이치죠는 눈앞의 상대를 철저히 깔아뭉개듯 누른 뒤 키타오카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게 소중한 걸 뺏긴 소감을 알고 싶군."

 악마가 속삭이듯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키타오카가 미간을 찡그린다.

 "그래, 이치죠. 내 자신에게도 분하고 너를 보면 분하다. 너 같은 자식과 이러고 있다는 것도 역해 죽겠다."

 호기있게 말하고는 있지만 키타오카에게는 여전히 자신을 속박하는 이치죠가 염소의 탈을 쓴 악마로 보인다.

 그럼에도 키타오카는 정신력이 강하니 이치죠가 뭐라하던 간에 자신의 애정은 아모우구미에만 쏟을 수 있는 것이니 단념하라 자신있게 웃을지도 모른다.

 이치죠 코메이는 알고 말았다.

 가슴 뒷편에 씁쓸한 맛으로 남은 감정과 마음의 방향은 서로 같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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